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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경제 규모 11년 만에 14위로 추락, 강력한 구조개혁 드라이브 걸어야

기사입력 2024.05.0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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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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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세계 14위로 추락했다. 지난 4월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조 7,128억 달러로 1년 전인 2022년의 1조 6,739억 달러보다 2.3%인 389억 달러나 늘어났지만 멕시코에 추월당해 순위가 13위에서 14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한국의 GDP 순위가 14위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2018년과 2020년 각각 10위로 ‘톱10’에 들었지만, 2021년부터 3년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한 멕시코는 지난해 명목 GDP는 1조 7,889억 달러로 전년 1조 4,633억 달러보다 20% 넘게 증가하며 한국을 제치고 13위로 올라섰다. 미국(27조 3,480억 달러)과 중국(17조 7,948억 달러)이 각각 1, 2위 자리를 지켰고 이어 독일(4조 4,561억 달러)이 3위로 한 단계 올라서며 일본(4조 2,129억 달러)은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한국과 멕시코의 GDP 순위가 뒤바뀐 요인을 분석해보면 한국보다 멕시코 측 영향이 더 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 인접국으로의 생산 기지 이전)’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361억 달러로 2022년보다 2.2% 증가했다.

     

    은근과 기술 그리고 뚝심과 끈기로 한국이 처음 세계 10위에 오른 때가 2005년이었으나, 그 뒤 등락을 거듭하다 2021년 10위권에서 밀려났고 그 후 계속 하락 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GDP 순위가 심지어 5년 뒤에는 인도네시아에도 따라잡힐 수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자원 덕분에 중국의 대안시장으로 가파른 성장세다. 2029년 인도네시아의 명목 GDP는 2조 1,948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는 이에 못 미쳐 순위는 16위까지 떨어진다는 게 IMF의 관측이다. 얼마 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아시아판 기획으로 실은 ‘한국경제의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는 가난한 농촌사회를 불과 반세기에 세계 경제 강국으로 이끈 ‘한강의 기적’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봤다. 선도 대기업 육성에 초점을 둔 국가 주도 성장모델의 한계 봉착,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의존한 제조업 경쟁력 저하, 기반기술 부족에 따른 기술경쟁력 하락 그리고 직업 소득계층 지역 간 격차 심화,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악화나 3세로 이어진 대기업 오너 경영자들의 사업 마인드 약화 같은 것 등을 문제 삼아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3%로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스마트폰, 반도체 수출 그리고 자동차 등 수출 증가가 효자 노릇을 했다. 이에 고무된 정부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지만 긴장을 늦출 때가 결단코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30일 발표한 ‘2024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전산업 생산은 광공업, 건설업, 서비스업, 공공행정에서 모두 생산이 줄어 전월보다 2.1% 감소했는데 감소 폭이 4년 1개월 만에 가장 넓다.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6.6%나 급감했고 현재와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3월 99.6으로 전월 99.9 대비 0.3포인트 하락했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3월 100.3으로 전월 100.5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정부는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고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시야를 조금만 넓혀 보면 우리 경제 안팎에 악재가 즐비하다. 중국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마저 고물가 속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 침체)' 징후들이 감지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기준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 3.4% 대비 절반 이하로 성장률이 둔화한 것은 물론이며,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1분기 금융시장 예상치인 2.4%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2022년 2분기의 -0.6% 성장률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게다가 미국은 1분기 기준 한국의 수출 비중이 18%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반도체 호조 덕에 모처럼 살아난 수출마저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중동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 여파로 환율도 요동친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서민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온 지 오래다.

     

    문제의 심각성은 경기를 떠받칠 통화·재정정책이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들썩이는 물가 탓에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을 풀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올해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7% 상승해 지난해 4분기 상승률 2.0%를 크게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물가가 두 배 가까운 1.85배로 다시 치솟은 셈이다. 게다가 불안한 중동 정세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중동분쟁이 확산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에너지 쇼크’를 촉발하고 고금리를 내년까지 지속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때문에 체감 경기가 위축되고 가계·기업의 부실화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미국 연준(Fed) 발(發) 고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당연히 우리 경제의 금융 시스템 불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당연히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올해 1분기 국세 수입 실적이 역대 최악의 ‘세수 펑크(56조 원)’가 났던 지난해보다도 더 나빠졌다. 기업의 경영 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5조 원 넘게 덜 걷힌 여파다. 정부가 지난해보다 한참 낮춰 잡은 올해 법인세 목표치(77조 7,000억 원) 달성도 쉽지 않아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주범은 법인세다. 올해 1분기 법인세수는 18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조 5,000억 원(22.8%) 급감했다. 특히 법인세 납부 순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 손실을 기록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한 것이 세수 실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30일 발표한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84조 9,000억 원으로 1년 전 87조 1,000억 원보다 2.5%인 2조 2,000억 원이나 줄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도 3년 내리 대규모 세수 결손은 피할 수 없다. 결국 구조개혁밖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이다. 지난 2023년 5월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 시기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하고, “구조개혁을 미룬 채 재정·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정부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노동·연금·교육 등 전방위 개혁에 나서고 과감한 규제 혁파로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률 제고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요원(遼遠)할 뿐이다. 지금은 강력한 구조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수축사회’의 한가운데서 생산가능인구를 방치(放置)하거나 성장률 제고 방안 강구를 방기(放棄)해서는 저성장 위기를 피할 길이 없는 만큼 저출산 해소에도 국가 역량을 집주(集注) 총력전을 펼쳐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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