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업기업 3곳 중 2곳은 창업 후 5년 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위기에 한 기업이 꾸준히 생존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인데요. 이에 경기도에서는 다양한 기업지원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창업부터 판로개척, 기술 투자 등 기업의 지속 성장을 돕는 경기도의 사업들을 소개합니다. |
“내 이름을 건 사업이잖아요. 대충 넘어갈 수는 없었어요.”
오랫동안 필기구와 화장품 용기 관련 금형‧제품 설계를 해온 아이피플러스 김엽 대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 CEO입니다.
그 누구보다 기업의 성장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그는 지난 2021년 말 경기도 기술닥터사업에 문을 두드렸는데요.
엔지니어 출신 CEO가 밝힌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소기업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술 고도화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화장품 용기 개발
“기업이 제품개발 의뢰를 받아서 해주는 걸 오랫동안 해오면서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패턴을 알게 됐어요. 그러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죠. 새로운 제품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멈추면서 제 일도 멈췄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제품개발 의뢰가 끊기면서 위기를 맞은 김엽 대표는 이 위기를 기회삼아 누구의 의뢰가 아닌 자신의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개발한 게 바로 뚜껑 없이 돌려서 사용하는 화장품 용기입니다.
“필기구 업계에서는 뚜껑 없이 눌러서 쓸 수 있는 마커펜이 이미 개발됐어요. 예전에 이와 비슷한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업의 요구에 뚜껑 없이 돌려서 사용하는 펜을 개발했었는데 이 방식은 필기구에 적합하지 않았어요.”
김 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직접 자신의 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심하면서 이 기술에 다시 주목했는데요.
“그동안 화장품 업계는 제품 내용물의 발전에 비해 용기의 발전이 더뎠어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용기에 대한 제안이 많았죠. ‘뚜껑 없이 돌려서 사용하는 마커펜 기술을 필기구가 아닌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뚜껑 없이도 밀폐가 가능한 캡레스(Capless)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습니다.”
이론 및 실증 지원으로 기술 고도화 성공
“뚜껑 없이 돌려서 사용하는 아이라이너용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는데, 제가 가진 기술로는 잉크를 필터에 적셔서 사용하는 일반 필터 타입에만 사용할 수 있었어요. 잉크를 직접 넣어서 사용하는 고가형 아이라이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레귤레이터’라는 핵심 기술이 필요한데, 이 기술의 정확한 원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죠.”
금형 설계 엔지니어 출신인 김 대표는 이 기술의 원리를 알기 위해 여기저기 기술 애로 사업을 신청해 상담받았는데요. 이 기술에 대해 누구 한 명 시원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내 이름을 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확한 원리도 모른 채 만들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이 기술의 원리를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죠. 기술 애로 상담을 하면, 오히려 저한테 설명을 듣고 갈 정도였어요. 실망이 컸죠.”
그렇게 김 대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경기도 기술 닥터’ 사업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기술닥터 신청 후 전문가가 배정돼 연락이 왔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전문가에게 ‘레귤레이터’ 기술을 아는지 물어보고 나에게 이 기술에 대해서 하나라도 도움을 주면 만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분은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답했어요.”
당시 기술닥터 사업 통해 만난 기계공학과 교수는 김 대표에게 “이 기술의 정확한 원리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기술의 원리를 아는데, 필요한 자료를 찾아서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요.
그렇게 김 대표는 1950~60년대 논문과 특허 자료를 찾아보는 등 전문가의 도움으로 기술개발에 필요한 이론적 방법을 찾은 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기술닥터 사업 2단계 중기애로기술지원을 신청, 시제품 제작과 함께 시험성적을 달성하는 등 기술 실증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기업 지속 가능성 확보
“‘디테일’이 달랐어요.”
김 대표는 기술닥터 사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기업의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세심한 단계별 지원을 꼽았습니다.
“기술닥터 현장애로기술지원을 통해 10회에 걸쳐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초기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죠. 이후 중기애로지원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아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어요. 이러한 단계적 기술지원은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소기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김 대표는 기술닥터에 대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닌 잡는 법을 알려주는 사업”이라고 비유해 설명했는데요.
“이제 막 시작하는 소기업은 박사와 석사 등 인재 채용에 어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소기업에도 기술개발 및 고도화가 필요하죠. 기술닥터사업은 소기업이 전문 인력과 기술개발 협업을 가능하게 해요. 특허와 논문 등 이론과 현장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죠. 작은 기업에 기술닥터 사업이 필요한 이유예요.”
지난해 기술닥터 중기애로기술지원을 통해 뚜껑 없는 화장품 용기 기술의 고도화에 성공한 아이피플러스는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주관한 ‘2023 통합투자유치 설명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약 5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진행 중입니다.
“기술닥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R&D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에요. 이 기술은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혁신 기술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협업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에요. 자신만의 혁신 기술력을 가진 소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에요. 그런 면에서 기술닥터는 소기업의 기술 한계를 열어주는 사업입니다.”
■ 중소기업 기술개발 어려움 해결하는 ‘경기도 기술닥터’ |
경기도 대표 중소기업 기술 지원 사업 ‘경기도 기술닥터’. ⓒ 경기도 기술닥터 누리집 경기도 기술닥터는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닥터가 제품개발과 공정개선 등 산업 현장의 다양한 기술 애로에 처한 기업을 방문해 맞춤형 기술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는 사업입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약 1만 3,000건의 애로 기술을 해결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는데요. 기업인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우수 사업으로 평가받아 전국으로 확산시킨 경기도 대표 중소기업 지원 사업입니다. 이 사업의 특징은 기업의 애로 기술에 대한 단계별 지원입니다. ▪현장애로기술지원: 기술닥터가 기업을 방문해 제품·공정상 애로 기술을 컨설팅해 주는 맞춤형 기술 지도 ▪중기애로기술지원: 4개월간 시제품 제작 또는 공정개선 등 구체적 성과물을 도출하는 심화 지원 ▪상용화 지원: 6개월간 기업의 매출 증가 및 고용 창출과 연계되는 시제품의 상품화를 위한 지원 ▪단계별 검증 지원: 기술지원 과정에서 필요한 시험분석, 설계 및 시뮬레이션, 목업(실물 크기 모형 제작), 크라우드 펀딩 등 지원 단계별 지원에 대한 세부 사업 내용과 신청 절차는 경기도 누리집(gg.go.kr)과 경기테크노파크 누리집(www.gtp.or.kr) 사업 공고에서 확인 가능하고, 신청은 기술닥터 누리집(tdoctor.gtp.or.kr)에서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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