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1월 국내 최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반려마루’가 개관했습니다. ‘반려동물이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반려마루에서는 개관 후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반려마루 속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
반려마루에서 보호하고 있는 강아지들은 다양합니다. 품종과 성별, 그리고 마음의 상처까지도 말이죠. 특히 지난해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의 경우 몸과 마음을 모두 다쳐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는데요.
그런 아픔을 보듬어 주고자 다양한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습니다. 그 지역은 경기도를 넘어 타 지자체에서도 와닿았는데요. 반려마루가 있는 여주와 정반대에 있는 인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반려마루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화성시 구조견들의 사연을 듣고 인천에서 한 걸음을 달려와 새 가족을 입양해 간 박경숙 씨를 만나봤습니다.
비반려인에서 반려인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말티즈인 ‘여주’는 지난 화성시에서 구조된 구조견입니다. 여주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번식장에서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특히 두 눈에 상처가 깊어 치료를 하던 중 결국 한쪽 눈을 척출하는 큰 수술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한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봐야만 했던 여주였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한걸음에 달려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경숙 씨였습니다.
이처럼 반려견을 위해 먼 거리도 서슴없이 움직였던 박경숙 씨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이 없었고 동물 자체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변화시키게 된 건 바로 여주를 만나기 전 키웠었던 반려묘 ‘향이’ 덕분이었다고.
“처음 이사왔을 때 밤만 되면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그 출처를 찾고자 했지만 매번 헛수고였는데, 어느 날 아들이 인도에 쓰러져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집으로 데려와 임시보호를 하면서, 좀 크면 돌려보내야지 했던 게 10년 가까이 함께 지내게 됐지요. 당시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생각지도 않았었고 특히 고양이는 뭔가 더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 아이를 보고 또 키우다보니 정도 들고 너무 예쁘더라고요. 남편도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향이가 매번 마중도 나오고 잘 따라다니는 걸 보고 마음이 바뀌었죠.”
이어 박경숙 씨는 “향이를 만나고 ‘동물과 사람이 진짜 교감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같이 지내면서 불편한 점도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위로와 평안을 얻었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하지만 10년간 지내던 향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 평소 향이가 좋아하던 창가에 향이의 유골을 두며 그 추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향이를 떠나보낸 후 같은 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됐다는 박경숙 씨. 그 주인공은 바로 첫 번째 반려견인 ‘송이’였습니다. 당시 송이는 박경숙 씨 남편이 일하는 가게 앞을 서성이던 떠돌이 유기견이었는데, 사람의 손길을 탄 흔적이 남아있던 아이였습니다. 박경숙 씨는 가게 직원으로부터 그 소식과 동영상을 받아본 후 당시 꽤 먼 지역에 있었음에도 그 아이를 찾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처음 그 소식을 접하고 바로 가게로 가 송이를 만났는데, 사람을 굉장히 잘 따르더라고요. 당시 임시보호를 하면서 전단지도 붙이고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더군요. 그렇게 우리 집 첫 번째 반려견으로 송이를 맞이하게 됐어요. 송이도 향이만큼이나 예쁜데, 특히 강아지다 보니 애교도 많고 집안의 활력도 불어넣어 주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아 송이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유기견을 가족으로 더 맞이해서 함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말을 못하니까 아플 때 아프다고 표현도 못 할 텐데, 그런 측면에서 보니 ‘유기견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기견 중 아프고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 사는 따뜻함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며 “그 이후 시간을 틈틈이 내어 유기견 사이트 등을 돌아보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해나갔다”고 말했습니다.
‘한눈’에 반한 사랑스러운 ‘여주’와의 만남
두 번째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박경숙 씨 본인의 일도 하면서 ‘송이’를 돌봐야 했고, 가정도 챙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박경숙 씨에겐 새 가족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한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 아이를 만나기도 전에 안타깝게 세상을 뜨고 말았어요. 그 소식을 들으니 정말 눈물도 나고 이 상황에 화도 나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온 뒤 유기견 관련 플랫폼을 보고 있었는데, 반려마루에서 화성시에서 구조된 구조견들을 입양을 받는다는 공지를 보게 됐어요. 그 글을 보게 된 게 우리 ‘여주’를 만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셈이죠.”
당시 반려마루에서 띄운 공지에는 5~6마리의 구조견들 사진이 함께 올라왔는데, 거기서 상대적으로 어리고 또 한쪽 눈이 없던 ‘여주’를 처음 만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경숙 씨는 “사실 하루 종일 돌봐야 할 만큼 힘든 친구들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제 여건상 그건 힘들었다. 그러던 중 ‘여주’를 보게 됐는데 ‘아 친구를 꼭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양의 과정을 거치면서 반려마루 측에서도 ‘정말 괜찮겠냐’는 확인 의사를 몇 번이나 들었고 그때마다 당연하게 ‘괜찮다’고 대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들었던 사항 중 오랫동안 번식장 생활을 해온 만큼 사람에 대해 겁이 많으니 안을 때 조심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게다가 항상 기가 죽어있어 꼬리도 말고 있었는데, 어찌나 힘을 주고 말고 있었는지 배변을 처리해줄 때다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여주가 집에 올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박경숙 씨는 당시 첫 번째 반려견인 송이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과 지인들은 입양에 대해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여주를 데려오기 전에도 일할 때마다 송이를 데려가면서 돌봐왔어요. 그런 저의 열정과 진심을 알던 가족들은 처음에 망설였지만 제 결심을 보고 승인하게 됐죠. 물론 송이에 대해 소홀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에 말이죠. 물론 저도 ‘새로운 가족을 더 받아들여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 순간에도 불쌍한 유기견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주인들을 기다리고 끝내 안락사 당하는 현실을 저는 외면할 수 없었어요.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던 끝에 결정한 사항이기도 했죠.”
이러한 결정에 가족들도 박경숙 씨를 따라 변화했습니다. 특히 남편은 과거엔 대형견이 아닌 소형견에 대해선 무관심했지만 송이에 이어 여주가 새 가족으로 오고 매일 애교를 표출한 결과 지금은 출퇴근마다 꼭꼭 뽀뽀를 해주며 아껴주는 반려인으로 변신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여주가 이 집에 온 지는 이제 막 2개월이 지났습니다. 박경숙 씨는 처음엔 어색하고 풀 죽어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송이와도 잘 어울리고 밥도 잘 먹으며 지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간식을 찾는 ‘터그놀이’에는 누구보다 진심이라고.
“여주가 처음 왔을 때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특히 항상 패드가 깔린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집안에 무언가 깔려있으면 거기에 배변을 보곤 했거든요. 하루는 새벽에 함께 자던 송이가 짖어서 깼는데, 여주가 이불 위에 배변을 봤더라고요. 덕분에 근 2개월 동안 이불 빨래만 수십 번 한 거 같아요. 그래도 혼내지 않고 잘 보듬어준 결과 지금은 배변은 꼭 패드에 보게 됐어요.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천재견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어 박경숙 씨는 “아이들도 다 커서 예전처럼 가족 간의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다. 하지만 송이와 여주가 오면서 가족 간의 대화도 늘어나고 웃음도 늘어났다”며 “개인적으로는 반려견이 사람에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반려견에게 혜택을 받는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여주도 잘 적응하고 여건이 괜찮아지면 새로운 가족을 더 입양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려견 입양은 신중하고 책임감있게!
유기견을 두 마리나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반려인으로서 박경숙 씨는 ‘반려마루’와 같은 공간이 다른 지자체에도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마루를 처음 봤을 때 ‘다른 지역의 보호소도 이 정도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도에 반려마루가 생긴 덕분에 유기된 아이들도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을 다른 지자체에서도 배웠으면 좋겠어요. 특히 반려마루 자체에 동물병원이 있어 수시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점과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너무 좋더라고요.”
앞으로 반려동물을 키울 또는 예정인 예비 반려인들에게는 반드시 ‘책임감’과 ‘신중한 선택’을 통해 입양을 진행하길 바란다는 박경숙 씨.
“아기일 때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사자, 여우도 전부 귀엽고 예뻐요. 하지만 그 순간만 보고 ‘예쁘고 귀여우니까’, 또 ‘내가 외로우니까’라는 이유로 입양하지 않았으면 해요. 적지 않은 입양자분들이 이러한 생각으로 진행했다가 안 좋은 결말로 끝나는 경우도 많거든요. 입양이라는 건 한 아이의 처음부터 끝을 책임지고 함께 한다는 뜻이니만큼 본인이 아닌 그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잘 염두에 두시고 입양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어 “특히 돈을 주고 펫샵에서 분양받지 말고 유기견센터 등을 통해서 입양하셨으면 한다. 그곳에도 매우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이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저처럼 반려마루를 통해 새로운 가족을 입양하시는 것도 방법”이라며 “입양하고 나면 입양인, 입양견 서로 힐링과 치유의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소중한 기회를 책임감 있게 선택하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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