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스포츠] KIA 타이거즈는 힘겨운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9번의 잔여경기를 치러야 한다. 당장 27일 창원 NC전 더블헤더를 치러야 하고 10월4일에도 수원에서 KT와 더블헤더도 남았다. 아직 추후 재편성 경기도 남았다.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꼬이고 또 대체선발도 자주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주 역시 KIA는 더블헤더 포함 7연전이 예정됐고 26일 창원 NC전에서는 대체 선발이 등판해야 했다. 김종국 감독은 대체선발로 김건국(35)을 다시 낙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3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8.31(8⅔이닝 8자책점)을 기록 중이었다 기록 중었다. 지난 10일 LG전이 가장 최근 등판이었다. 4⅓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NC를 상대로는 첫 등판이었다.
경기 전 김종국 감독은 빡빡한 잔여경기 일정으로 불펜데이는 쉽지 않다고 토로하면서 김건국을 비롯한 대체선발들을 향해 “더블헤더가 있어서 불펜데이가 쉽지 않다. 대체선발들이 최소 4이닝은 버텨주면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건국은 4이닝 이상을 버텼다. 무엇보다 이날 상대 NC 선발 투수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며 리그 최강의 에이스인 에릭 페디였다. 페디는 이날 전까지 19승을 거두고 있었고 20승에 도전했다.
페디는 예상대로 강력했다. 하지만 김건국도 예상보다 견고했다. 페디는 3회까지 퍼펙트로 KIA 타선을 틀어 막았는데 김건국도 3회까지 2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병살타 등으로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타선은 4회초 페디를 상대로 선취점을 뽑았다. 1사 1,3루 기회에서 소크라테스의 타구가 야수선택으로 이어지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추가점은 없었다. 김건국은 리드를 안고 4회말 올라왔지만 실점했다. 박건우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계속된 무사 2루에서 추가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위기를 극복하면서 5회까지 등판했다. 그리고 5회 2사 후 김한별에게 유격수 내야안타를 내주자 서재응 코치가 올라와 김건국을 다독였다. 교체 신호였다. 4⅔이닝 5피안타 무4사구 2탈삼진 1실점의 기록이었다. 비록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승리 투수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혼신투였다. 19승 에이스와 대등한 승부를 이끌었다는 것만으로도 김건국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최고 147km의 패스트볼(19개)에 슬라이더 33개, 포크볼 12개, 커브 7개를 구사하면서 NC 타자들을 억제했다. 김건국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KIA는 응집력이 생겼다. 페디를 6회까지만 던지게끔 한 타선은 7회 집중력과 작전야구를 바탕으로 5득점 빅이닝에 성공했다. 나성범과 최형우가 나란히 시즌아웃 부상을 당한 뒤 맞이한 첫 경기. KIA는 ‘원 팀’이 되어 승리했고 김건국은 그 중심에 있었다.
경기 후 김종국 감독은 김건국에게 찬사를 보냈다. 김 감독은 “상대 팀 에이스가 등판하는 만큼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김건국이 5회까지 대등한 경기 양상을 만들어주면서 오늘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다”라면서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본인의 역할을 100% 수행해줬다”라고 말했다. 김건국은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혼신투를 펼쳤다.
경기 후 김건국은 “긴 이닝을 던지겠다는 욕심보다는 매 이닝 전력투구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 피칭 디자인을 가져갔고, (김)태군이 리드도 좋아 오늘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해 만족스럽다”라고 이날 전략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 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수단 모두가 경기 전부터 부족한 부분은 서로 도와주면서 경기를 풀어가자고 대화를 했고, 그런 마음이 모여 오늘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감독님께서 선발로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 등판도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건국에게 KIA는 벌써 5번째 팀이다. 2006년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두산에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 당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거쳐서 2013년 NC 다이노스에 재입단했다. 2014년 2차 드래프트로 KT로 넘어간 뒤 2017년에는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2007년 1경기 등판한 것을 제외하고는 1군에서 기회를 전혀 받지 못했다. 2018년 다시 1군에 복귀했고 2021년까지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2021년 결국 롯데에서 방출 당했다.
그러나 1년 동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공을 놓지 않았고 시도대항 야구대회에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KIA의 눈에 들었고 테스트 끝에 야인 생활을 끝내고 5번째 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김건국이 혼신의 피칭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KIA의 구세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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