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카페 선운각 마당에서 허연 입김을 뿜으며 뜨거운 차를 마신다. 공기는 얼음처럼 차갑지만, 볕이 잘 들어 따뜻하다. 눈을 인 한옥 지붕은 북한산의 품에 폭 안겼다. 선운각은 벚꽃과 단풍이 유명해 봄가을에 북적북적하지만, 겨울철에는 인적이 뜸해 깊은 산중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우이동계곡 옆에 자리한 선운각은 등산 장비를 파는 매장과 음식점 거리를 지나 한참 올라야 한다. 수도권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걸어가면 20분쯤 걸린다. 선운각 앞에 도착하면 바닥에 깔린 박석과 고풍스러운 돌담, 한옥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반긴다. 그래, 여기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한 현장. 선운각은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근무하는 미국 공사관이었고, 일본군이 몰려와 미군과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장면이 탄생한 곳이다.
선운각은 1967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세웠고, 1980년대까지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밀실 정치의 주 무대인 요정이었다. 2021년부터 한옥 카페 겸 결혼식장으로 사용하면서 일반에 개방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는데, 〈미스터 션샤인〉이 가장 인상적이다. 대한제국 시대 의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선운각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시대 배경이 잘 맞았다.
선운각으로 들어가려면 돌담 길을 따르는데, 그윽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이 길에서 주인공 고애신(김태리 분)이 미국 공사관 담을 넘다 들켜 유진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촬영했다. 돌담 길의 그윽한 야경이 두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싹트는 장면을 빛나게 했다.
돌담 길을 돌면 선운각 출입구가 나온다. 내부에서 먼저 가볼 곳은 옥상이다. 봄가을에는 벚꽃과 단풍 촬영 명소지만, 겨울에는 다소 썰렁하다. 잎이 바짝 마른 단풍나무 뒤로 북한산이 보인다. 옥상에서 내려와 한옥으로 향한다. 음료를 주문하는 공간에서 한옥까지 복도로 이어진다. 복도에 선운각의 사진이 걸려 있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하다.
화려한 선운각의 사계절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한옥에 닿는다. 한옥은 너른 앞마당을 거느리고 있다. 마당은 야외 웨딩 장소로 사용한다. 마당에서 문을 통과하면 다리가 나온다. 한옥 두 채가 다리로 연결된 구조다. 다리는 포토 존으로 인기다. 한옥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에 달린 커다란 등이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차를 가지고 마당에 나와 볕을 쬐며 겨울 정취를 즐긴다. 선운각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연중무휴), 주차료는 3000원이다.
선운각에서 10분쯤 걸어 내려오면 봉황각을 만난다. 북한산 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날렵하게 앉은 봉황각은 을(乙) 자형 7칸 한옥이다. 천도교 3세 교주 손병희가 민족 지도자를 양성하던 곳이다. 여기서 교육받은 인사들이 각 지역의 지도자로 성장해 3·1운동을 이끌었다.
도봉구 쌍문동은 서민이 많이 사는 동네다. 아파트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 오래된 단독주택 등이 눈에 띄고, 골목골목 시장이 발달했다. 서민 정서와 정겨운 동네 분위기 덕분에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쌍문시장의 가게와 골목은 2015~2016년 방영하며 선풍적 인기를 끈 〈응답하라 1988〉의 모티프가 됐고, 백운시장은 2021년 전 세계에 K-드라마 열풍을 주도한 〈오징어 게임〉의 촬영지 중 한 곳이다.
수도권전철 4호선 쌍문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쌍문약국이 보인다. 〈응답하라 1988〉에서 두통을 앓는 택(박보검 분)이 자주 들르던 약국 이름과 같다. 약국에서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곧바로 쌍문시장이다.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금은방이 반갑다. 택이 아버지(최무성 분)가 일하던 봉황당이 떠오른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과일 노점, 팥죽 파는 집, 생선 가게 등과 시장을 둘러보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삼겹살역이란 식당 앞 바닥에 ‘응답하라 1988 촬영지’라고 큼직하게 쓰여 있다. 시장 골목에서 이어진 작은 골목을 따라가면 덕선이네, 동룡이네, 정환이네, 택이네, 선우네 집이 나올 것 같다. 골목을 지나는 아주머니, 아저씨가 드라마 주인공처럼 보인다.
백운시장은 〈오징어 게임〉 촬영지다. 팔도건어물이 드라마에서 상우네생선가게로 나왔다. 상우(박해수 분)가 몰래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이 떠오른다. 도봉중앙교회 앞에서는 선후배 관계인 기훈(이정재 분)과 상우가 담배 피우는 장면을 찍었다. 백운시장은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어려서 살던 곳이라고 한다. 어릴 때 놀던 공간이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스몄다.
쌍문동을 이야기할 때 〈아기공룡 둘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주민센터, 거리의 안내판 등에 둘리 캐릭터가 흔하다.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부터 월간 《보물섬》에 연재했고, KBS-1TV 만화영화로도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둘리뮤지엄은 온 가족이 즐기는 체험형 캐릭터 박물관이다. 유령버스, 3D 영상 등으로 둘리, 도우너, 희동이, 또치, 마이콜, 고길동 등 주옥같은 캐릭터와 함께 놀 수 있다.
김수영문학관은 ‘1960년대 한국문학의 시적 양심’ 김수영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자유시인, 저항시인 등으로 불린 김수영은 도봉구에 살며 시 200여 편과 시론을 발표했다고 한다. 전시관에서 시인의 육필 원고와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시인의 대표작 〈풀〉을 읽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여행 정보
글·사진 : 진우석(여행 작가)
※ 위 정보는 2023년 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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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리아-전남 보성] 3일 보성군 보성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47회 보성다향대축제’ 개막식에서 김철우 보성군수와 전라남도 김영록 도지사, 하승철 하동군수 등 내외귀빈이 함께 차 꽃잎을 흩날리는 개막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개막식은 ‘제47회 보성군민의 날’ 행사와 함께 이뤄졌으며, 전 군민이 참여하는 군민 합창과 체육대회 등이 진행됐다.
[더코리아-전남 보성] 3일 보성군 보성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47회 보성다향대축제’ 개막식에서 김철우 보성군수가 대회사를 하고 있다. 한편, 보성군은 ‘천년 차(茶)의 유혹, 보성의 프러포즈’라는 주제로 5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보성다향대축제, 서편제보성소리축제, 군민의 날, 녹차마라톤대회, 한국옵티미스트 전국요트대회, 일림산철쭉문화행사, 어린이날 행사, 데일리콘서트, 드론라이트쇼 등을 개최한다.
[더코리아-전남 보성] 3일 보성군 보성공설운동장에서 ‘천년 차(茶)의 유혹, 보성의 프러포즈’란 주제로 ‘2024년 보성군 통합대축제’가 성대하게 개막했다. 한편, 보성군은 5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보성다향대축제, 서편제보성소리축제, 군민의 날, 녹차마라톤대회, 한국옵티미스트 전국요트대회, 일림산철쭉문화행사, 어린이날 행사, 데일리콘서트, 드론라이트쇼 등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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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리아-전북 전주] 전주시가 전주에서 열리는 주요 축제에 대해 방문객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시는 축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체류형 관광을 통한 관광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연중 주요 14개 축제 현장에서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축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현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올해 현장평가는 지난 2일부터 오는 6일까지 진행되는 제4회 전주정원산업박람회를 시작으로 △전주 단오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전주가맥축제 △전주페스타 2024 △전주문화유산야행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