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렇게 한거냐'라고 하시더라구요."
KIA 타이거즈 이의리는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3타자 연속 볼넷 후 3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썼다.
문제의 진기록은 3회말 발생했다. 김주원, 박민우, 권희동 등 3타자를 연속으로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첫 두 타자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제구가 좀처럼 잡히지 않던 이의리는 답답해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의리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뒤이어 등장한 NC의 클리업트리오, 박건우, 양의지, 마티니를 상대로 152km까지 찍는 패스트볼의 힘을 앞세워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타자 연속 볼넷 이후 3타자 연속 삼진은 KBO 역대 2번째 진기록으로 32년 만에 나왔다. 지난 1990년 9월3일, 태평양 돌핀스 소속이었던 최창호가 인천 도원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이의리는 다시 제구를 잡았고 6회까지 추가 볼넷 없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이닝 104구 2피안타 6볼넷 5탈삼진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고 개인 9승 째를 수확했다. 5위 수성의 중대한 일전에서 승리를 이끈 주역이 됐다.
경기 후 만난 이의리에게 3회의 상황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3회에는 어떻게 던져야 할지 막막했다"라며 되돌아봤다.
갑자기 제구가 잡힌 이유에 대해서 콕 찝어 말하기 힘들었지만 키워드는 '전력 투수'였다. 그는 "사실 위기 상황이 되고 나서 제구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볼넷을 준다는 생각보다, 그리고 그냥 존으로 집어 넣어서 장타를 맞는 것보다는 세게 던져서 볼넷을 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박동원 선배님께서도 항상 살살 던지는 것보다는 세게 던지는 게 낫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렇게 던졌다. 이전에는 약간 릴리스 포인트가 많이 왔다갔다 해서 어려웠다"라고 되돌아봤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이의리는 기진맥진한 듯 다리가 풀려 주저 앉았다. 이의리로서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3회였다. 그래도 선배들은 이의리를 놀리며 분위기를 풀어줬다. 그는 "덕아웃으로 들어오니까 선배들이 '너 때문에 야구 못하겠다고. 만루 변태'냐고 하셨고 또 '일부러 그렇게 던졌냐'라고 하셨다. 아마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장난을 많이 쳐주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라면서 3연속 볼넷 후 3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진기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어쨌든 무실점을 했다. 좋은 기록으로 받아들이겠다. 모든 기록은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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