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전남 화순] 화순군(군수 구복규)에는 군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가 있다. 보통 재벌 회장이나 대통령에게 있는 주치의가 마을 곳곳을 다니며 군민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을 주치의가 언제나 환영받는 이유이다.
한적한 시골에는 청년들이 떠나고 어르신들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구복규 군수가 어르신들의 건강을 직접 살피고 돌보고 싶은 효의 마음으로 마을 주치의 사업을 민선 8기 공약으로 내걸었다. 2022년 7월부터 시행해 3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으로 정착했다.
【마을 주치의 사업이란?】
■ 마을주치의 사업이 필요한 이유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들이 병원 한번 가려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핸드폰 앱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편하게 알 수 있는 도시와 다르게 시골버스 운행 시간은 알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무작정 집을 나서 버스를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버스를 인내를 가지고 계속 기다리든지, 아니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든지. 시골 마을에서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때마침 읍내로 나가는 이장님이라도 만나 운 좋게 차라도 얻어 타면 횡재하는 것이다.
이런 불편함 때문일까?
“내 병은 내가 잘 알아”, “나이 들면 원래 안 아픈데가 없어”라며 파스를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병원을 피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자칫 병을 키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 화순군보건소가 나섰다.
화순군보건소(소장 박미라)는 13개 읍․면 경로당 426개소로 어르신들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의사·한의사·치과의사 등 보건 인력으로 26개 팀(보건소 1, 보건지소 12, 보건진료소 13)을 편성해 주 1회 마을 경로당을 찾아가 진료·상담·검사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먼저 ▲진료 및 상담, 혈압, 혈당 등 기초 검사를 진행한다. 기초 검사는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백아면 맹리 김○○ 어르신(85세)은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는 분인데 혈압 검사에서 높게 측정되었다. 시간 간격을 두고 검사해도 결과가 높았고, 양팔의 혈압도 40mmHg 이상 차이가 나서 병원으로 연계했다. 어르신은 혈관이 막혔다는 소견에 따라 즉시 혈관 확장 시술을 받아 위급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60세 이상이면 매년 받아야 하는 ▲치매 검사도 경로당에서 직접 해주니 너무 좋다. ‘엄마, 치매 검사 한 번 받아봐.’라고 쉽게 말 꺼내기 어려웠던 자녀에게도 좋고, 혼자 검사받으러 가기 망설여졌던 어르신에게도 좋다. 치매 검사 결과에 따라 2차, 3차 진단검사 비용까지 지원되니 일석삼조다.
나이가 들어가면 이곳저곳이 아프면서 점점 통증과 친숙해지는 경향이 많다. 비가 오지 않아도 삭신이 쑤시니 어르신들이 파스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마을 주치의는 통증 완화를 위한 ▲물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기압 치료로 뭉친 다리를 풀어주고, 초음파 치료로 몸을 따뜻하게 해서 통증을 관리해 주니 효자 주치의가 따로 없다.
마을 주치의는 경로당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주민의 가정도 방문한다. 마을에는 골절, 고령 등으로 경로당에 나오는 것도 힘들어하는 분이 계신다. 이럴 때는 마을 주치의가 거동 불편 주민의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서 건강을 살피며 촘촘하게 관리하니 주민 만족도가 높다.
화순읍 앵남리 정○○ 어르신(90세)은 와상환자로 거동이 불편하다. 마을 주치의 사업으로 가정 방문 시 엉덩이 부분에 욕창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바로 욕창 치료에 돌입했다. 정기적으로 욕창을 관리하고, 욕창이 더 심해지지 않게 주기적인 자세 변경, 피부 청결 등에 대해 보호자 교육을 진행, 주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보건진료소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노인 정서안정 프로그램은 마을에서 제법 인기가 높은 편이다. 각종 문화 혜택 등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세라밴드 체조 △그림 그리기 △노래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13개 보건진료소에서 13개 마을을 대상으로 월 2~3회 진행하는 데,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인 건강을 살피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
지난 4월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반려식물을 심었다. 어르신들이 가꾸기 쉬운 △목마가렛 △시클라멘 △임파첸스 △스파트필름 △카랑코애 식물을 직접 화분에 심으면서 소탈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르신들이 한결 즐거워하셨다.
사실 2022년 사업 초기에는 13개 보건진료소 모두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혈압, 혈당 검사에 익숙했던 간호사들이 어르신들을 잘 돌보고 싶은 마음에 발 벗고 나서며 지금에 이른 것이다. 마을주치의 사업이 주민들을 위한 사업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원 역량까지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미라 보건소장은 “2024년 보건소 비전은 누구도 소외 없는 건강 화순 실현”이라며 “화순군보건소가 주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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