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면, 길고양이들을 위해 캣맘들이 마련해준 보금자리와 밥그릇을 망가뜨리고 길고양이나 캣맘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사람들의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늦봄이면 번식기를 맞는 길고양이들의 개체 수 증가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는데요.
올해 경기도가 길고양이를 위해 도비 6억 원을 포함해 사업비 총 52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길고양이 2만 6,100마리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길고양이 급식소도 53개 추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경기도는 길고양이와 사람들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매년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및 급식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12만 7,958마리의 수술을 완료하고 313개의 급식소를 설치했습니다.
고양이 중성화는 TNR(Trap 포획, Neuter 동물병원 연계 중성화수술, Return 방사)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시·군 여건에 따라 계획 수립 후 단계별 혹은 통합적으로 동물병원, 동물보호센터, 민간단체, 수의사회 또는 그 지부에서 직접수행, 혼합시행, 위탁시행 등 탄력적으로 수행 가능합니다.
급식소는 길고양이 밥자리의 위생관리와 중성화 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운영되는 것으로, 급식소 설치를 요구하는 신청자가 나타나면 해당 시·군 담당자와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을 피해 설치하게 됩니다. 급식소 전담 관리자는 신청자가 맡게 되는데 배식 장소 주변 환경을 정비하며 급식소 주변 길고양이 개체 수 파악 등 중성화 사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업무도 함께합니다.
김종훈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장은 “고양이는 서식지에 높은 애착을 갖는 영역 동물인 만큼 개체 수를 관리하고 사전에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급식소 설치 지원을 통해 고양이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도민과 길고양이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시작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기도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올해 1월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과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습니다.
“길고양이는 공존의 대상, 예쁘게 봐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경기도 곳곳에서 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 급식소 담당자 안지혜 씨와 신경자 씨인데요.
안지혜 씨와 신경자 씨는 고양시에 거주하면서 고양이들을 돌보는 일명 ‘캣맘’입니다. 그녀들의 하루는 고양이들의 아침을 챙겨주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데요. 길고양이들은 매일 매시간에 정확히 급식소를 방문해 식사를 즐깁니다. 덕분에 안지혜 씨와 신경자 씨 또한 그 루틴에 맞춰 움직인 지 각각 13년과 6년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안지혜 씨는 과거 처음 고양이를 키웠을 때 인터넷 펫샵에서 분양받았는데, 새끼 고양이들을 택배 상자에 담아 보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본인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주변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느 날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들을 줄줄이 달고 울고 있길래 몇 번 사료를 줬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시간만 되면 그 애들이 찾아오는 거에요. 그래서 그 시간마다 밥을 챙겨줬는데 애들은 점점 늘어나고 사료값도 많이 드니까 ‘아 단순히 밥만 줄 게 아니라 중성화 수술도 함께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중성화 수술을 하면 개체 수 조절은 물론 사료 값도 아끼고 또 아픈 친구들도 제때 구조해 치료도 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중성화 수술에 대해 전반적인 과정도 찾아보게 되고 점점 발전하는 캣맘이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됐죠.”
신경자 씨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비반려인이었으나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본 고양이 영상이 너무나 귀엽고 예쁘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고양이 매력에 빠진 그녀는 첫 고양이인 ‘노랑이’를 시작으로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보살펴 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느낀 건 새끼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1~2달 사이에 죽는다는 거였어요. 게다가 처음으로 돌봤던 노랑이도 새끼를 낳게 돼 건강하게 보살필 방법을 더 찾게 됐는데, 그 방법의 하나가 중성화 수술이었어요. 그래서 중성화 수술을 겸하면서 입양도 하게 됐는데, 이후 아픈 고양이들을 한두 마리 더 보살피고 하다 보니 지금은 완전 반려인이 됐죠.”
현재 안지혜 씨와 신경자 씨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시에 집에서도 반려묘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캣맘들에게는 필연과 같은 일이지만 과도하게 아이들을 입양하다 보면 개체수가 불어나 본인 삶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어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시에 중성화 수술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지혜 씨는 “캣맘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 저 또한 처음에는 밥만 주고 중성화를 돕지 않던 캣맘이었다”며 “대부분은 길고양이를 돌보며 밥만 주는데, 이러면 개체 수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밥을 주는 동시에 중성화가 필히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길고양이를 돌본 그녀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 안지혜 씨는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경자 씨는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돌봐온 자신을 알아 봐 주는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안지혜 씨는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라 만만히 보고 공식 급식소를 훼손하거나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건강을 위해 산책하면서 겸사겸사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들의 손길이 늘어났다”며 “반려동물 가구도 늘어나고 다양한 매체에서 고양이에 대해 다뤄서 그런지 인식이 바뀐 게 느껴진다. 이에 저희 캣맘들도 길고양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신경자 씨는 “몇 년간 카트를 끌며 길고양이들을 챙기다 보니 오히려 인근 주민들이 절 알아보고 ‘고생이 많다.’, ‘대단하다.’는 등의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며 “주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는데, 너무나 고맙고 기뻤다. 앞으로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길고양이들을 도와주고 길고양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게 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근처 아파트에선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고 돌봐주고 있어 굉장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든 지역이 그럴 순 없으니, 국가적으로 지정급식소와 지정겨울집을 많이 배포해 준다면 공공시설을 훼손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봉사하는 사람들끼리도 좀 더 효율적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길고양이가 마냥 나쁘고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두 봉사자.
안지혜 씨는 “길고양이가 마냥 나쁜 동물이 아니라 좋은 측면도 많고 사람과 공존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이해 해 줬으면 좋겠다”며 “길고양이가 있는 곳엔 쥐가 살지 않는데, 이러한 장점을 갖고 있는 동물인만큼 국가에서 동물에 대한 예산이나 홍보를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급식소 설치 등에도 의지를 갖추고 실천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기존에 시행하던 동물복지 정책들이 갑작스레 폐지되거나 줄어들게 되면 길고양이들은 정말 살기 힘들어진다. 좋은 정책은 꼭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특히 제가 사는 지역이 고양이들에 대한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신경자 씨는 “과거엔 저도 고양이를 싫어했지만 지금은 고양이들을 직접 만나고 교류하며 그 인식이 바뀌게 됐다. 여러 매체서도 고양이를 다뤄주니 참 좋은 것 같다”며 “길고양이들을 단순히 골칫거리로 생각해 쫓아냈다가 들끓는 쥐로 고생하는 한 지역의 일례처럼 우리와의 공존을 먼저 생각해 함께 살아갈 방안을 생각하고 지자체에서도 함께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 위해 일선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포획, 수술, 방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수술을 담당하는 수의사들의 노력도 정말 중요합니다.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의 김응균 수의사는 98년도부터 동물병원에서 근무해 온 베테랑으로 유기 동물을 치료하는 봉사를 하다가 이 센터에 자리잡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응균 수의사는 센터에서 주로 유기동물 치료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양시의 중성화 수술 목표는 총 1,600마리. 김응균 수의사는 주변에서 목표치를 더 늘려달라고 말하지만 수술실 규모와 센터의 여건상 현재가 최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센터의 증설이 예정돼 있어 추후 이 목표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과거 동물병원에서는 많아야 하루에 1~2마리 수술을 했는데, 여기에서는 평균 10마리 정도 수술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수술을 하다보니 힘들 때도 있는데, 평상시 컨디션 관리도 하고 또 중간에 쉬어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제가 600마리 정도 맡아서 수술하고 있고 나머지 1,000마리는 공수의사 두 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 수의사는 길고양이들이 과거에 비해 도민들에게 좋은 인식이 생기면서 예전만큼 문제 삼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 덤비거나 해로운 동물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사람이 나타나면 본인이 피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요. 만약 길고양이들이 없어지면 쥐가 상당히 들끓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과 같이 공존할 때 훨씬 좋은 의미를 가지는 동물입니다. 게다가 최근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젊은이들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죠. 다양한 매체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니 저희같은 기성세대들에게도 좋은 이미지가 쌓이고 있고요.”
이어 김 수의사는 “사실 도시에 사는 젊은 청년들에게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상대적으로 적게 가지고 있는 반려동물이다”라며 “성격도 독립적이라 스스로 놀고 산책도 안해도 되는데 발정기 때 생길 수 있는 소음 문제도 중성화 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니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위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김 수의사.
“길고양이는 그대로 두면 개체 수가 계속 불어나다 보니 저희가 중성화수술을 하는 것도 결국은 적정한 개체 수를 유지함으로써 소음이나 위생적인 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불편사항을 줄이는 일이거든요. 사람과 길고양이 모두에게 이롭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어 “최근 길고양이 개체 수가 증가하다 보니 주민분들이 불편해하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경기도와 지자체가 함께 정책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기에 앞으론 그 수가 적절히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주민분들이 잘 협조 해 주신다면 걱정할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저 또한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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