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정비분야 자회사 설립을 예고하자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 노동계가 정규직 전환 소송을 피하려는 꼼수라며 강력 반발했다. 확인 결과 포스코의 정비분야 자회사는 협력업체와 동일한 임금조건에서 사내하청노동자만 수평 이동하는 방식이어서 노동계의 반발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27일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늬만 자회사인 또 다른 하청 설립에 나섰다”며 포스코를 강력 비난했다. 포스코의 정비 자회사 설립 의도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추가 소송과 금속노조 조직 확대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이들 노동계의 판단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포스코는 정비 자회사 설립 목적으로 정비 전문성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포스코가 예전에 대형 정비전문 부문을 분사하고 여러 업체로 쪼개면서 내세운 것이 전문성 강화였다”며 “당시 분사업체 임금에 대해 포스코의 70%를 보장한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고 현재 5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포스코 자회사로 정규직화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포스코엠텍 노동자의 임금도 포스코의 60%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포스코 사내하청인 협력사 인원이 1만8천여 명이고 임금은 포스코 원청노동자가 1인당 5400만원 많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의 주장대로 1만8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이 연간 약 1조원 증가한다”며 “결국 자회사가 노리는 것은 연간 1조원의 임금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또 “포스코는 대법원에서 승소한 1, 2차 소송단 55명을 직접 채용했으나 현재 지방법원에서 대법원까지 소송에 계류 중인 사내하청노동자 3천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나 이를 회피하는 꼼수로 정비 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의 자회사 설립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포스코의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고 무늬만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라며 “포스코가 전문성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자회사 꼼수가 아니라 민주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 지회장은 “개살구는 빛깔만 좋아 보이는 맛없는 가짜 살구라는 말이다. 지금 포스코가 출범시키고자 하는 정비 자회사가 딱 개살구”라며 “그럴싸하게 자회사 옷만 입히고 속은 여전히 협력사 형태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포스코가 자회사 설립에 나선 것은 사회적 지탄을 받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협력사를 운영하는 방안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엉뚱한 결론에 이른 것”이라며 “이것이 정도 경영을 교육시키고 위드 포스코를 외치는 포스코의 참모습이냐”고 반문했다.
또 “노동을 착취해 이윤을 남기고 금속노조를 탄압해 노조를 없애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금속노조는 정규직화 싸움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오는 6월까지 광양과 포항제철소에 대형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을 예고했다. 광양과 포항에 각각 기계 정비 2개사와 전기 정비 1개사 등 6개 정비 자회사를 설립합한다는 방침이다. 직원 규모는 자회사 1곳당 1천여 명으로 전체 인원은 6천여명이다.
정비 사내하청 업체 가운데 자회사 편입을 희망하는 하청업체는 편입하고 일부 신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다만 정비 자회사 직원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아직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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